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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이런 주제를 연구하는 학문은 경제학만이 아닙니다. 사회과학의 하나인 심리학도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내리는 선택에 관해 연구합니다. 경제학과 심리학은 서로 다른 영역의 연구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경제 현상에 적용한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나타났습니다. 그럼 이 분야의 새로운 기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행동경제학 1 :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경제학 이론에는 종종 호모 에코노미쿠스라고 불리는 다소 독특한 종족이 살고 있습니다. 이 종족은 항상 합리적입니다. 그들이 기업 경영자일 때는 항상 이윤을 극대화합니다. 그들이 소비자일 때는 항상 효용을 극대화합니다. 그들은 주어진 제약조건에서 비용과 편익을 아주 합리적으로 비교하고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그들도 여러 모로 경제학이 가정하는 합리적이고 타산적인 종족을 닮았지만 그들은 훨씬 더 복잡한 존재입니다. 그들은 건망증도 있고 충동적이며, 헷갈리기도 하고 감정적이며, 근시안적입니다. 사람들의 불완전한 행동은 심리학의 중요한 연구 재료였지만 경제학은 최근까지 이것을 무시해왔습니다.

허버트 사이먼은 경제학과 심리학의 경계선에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한 최초의 사회과학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인 극대화 추구자가 아니라 만족 추구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최선의 선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좋은 선택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인간의 행동은 '거의 합리적'이거나 '제한된 합리성'을 나타낸다고 보는 경제학자들도 있습니다. 

인간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연구들은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범하는 실수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왔고,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람들은 자신을 과시한다.

아프리카 국가 중 유엔 회원국의 숫자라든가, 북미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의 높이와 같이 어떤 숫자를 알아맞혀야 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하나의 숫자를 답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90%의 확률로 정답이 포함된 구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심리학 연구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가지고 실험한 결과,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좁은 구간을 답으로 제시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즉 정답이 그 구간 내에 있을 확률이 90%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신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행동경제학의 첫 번째 사례입니다.

 

2. 사람들은 소수의 직접 경험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둔다.

여러분이 어떤 브랜드의 자동차를 구입하려 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 차종의 신뢰도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분은 소비자 정보지를 읽을 것입니다. 그 정보지는 그 브랜드의 자동차를 소유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를 소유한 친구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여러분에게 그 차는 엉터리 차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친구의 견해를 어떻게 받아들이실 것입니까?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친구의 견해로 인해 여러분의 설문 표본이 1000명에서 1001명으로 증가했을 뿐이고, 추가된 한 친구의 의견은 특별히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친구의 의견은 여러분에게 직접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그의 의견에 불필요하게 많은 비중을 두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이 행동경제학의 두 번째 사례입니다.

 

3.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잘 바꾸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타난 현상을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는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 설문 대상자들에게 사형제도가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읽고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보고서를 읽은 후 사형제도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가 옳았음을 확신했다고 응답했고, 사형제도를 반대하던 사람들 역시 자신의 견해가 옳았음을 확신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두 그룹의 응답자들은 똑같은 연구보고서를 정확히 반대로 해석한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확증 편향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행동경제학의 세 번째 사례입니다.

 

지금까지 행동경제학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인 '사람들이 항상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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